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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와 탱고

2009.01.02 11:07

days 조회 수:10527

   과외를 하면서 나는 재미있는 경험을 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모두 문제아들이다. 한놈은 너무 버릇이 없고 한놈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할 정도로 전혀 집중을 못한다. 이 녀석들은 모두 애정결핍이다. 얘네들에게 나는 애정을 가지고 대했다. 그랬더니 진짜 한달만에 아이들이 변했다. 버릇없고 폐쇄적이었던 녀석이 이젠 말투에 살짝 애교까지 부리며 자기 얘기를 쏟아놓으며, 제대로 앉아있지 못하고 모든 문제를 찍기로 해결했던 녀석이 차분히 문제에 집중한다. 성적도 오른다.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달라지는 것이 보인다. 내 마음가짐만 따뜻하게 바로 서면 아이들의 말투가 바뀌고 표정이 바뀌고 집중도가 바뀐다.

  최근 이상한 경험들을 하면서 땅고를 통해 또다시 알게 된 건 이 모든 것이 나 자신의 마음가짐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음악을 듣다보면 음악이 너무 자세하게 들리면서 빠져들고 여기에서 벗어나고자 땅게로에 집중해봤더니 땅게로의 리드를 듣는 것을 넘어서서 상대방의 모든 것이 너무 자세하게 느껴지면서 동화된다. 문제는 그 대상이 음악이냐 땅게로냐를 떠나 내가 늘 균형점을 잃었다는 것이다. 파트너와 음악이 자연스럽게 조화되지 못하고 꼭 뭔가에 빠져든다. 좀 더 편안하게 음악을 듣고 좀 더 편안하게 춤을 즐긴다는 기본 마음가짐을 잊은 것이다. 음악과 땅게로는 있는데 늘 나는 없었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나 자신이 바로 서있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땅게라인 나 뿐만 아니라 나라는 인간 자체의 문제인 것 같다. 한때 책에 빠져 있을 때는 종이에 쓰인 글씨 자체가 내게 즐거움을 주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소설의 스토리를 넘어서서 글자들 자체의 음악성을 느끼면서 글을 읽는다. 마치 악보를 보면서 음악을 듣는 듯한 기분인데 이거 진짜 재밌다. 늘 책을 가지고 다녀야 했다. 굳이 읽지 않아도 책이 없으면 불안하다. 어떤 종류이든 이건 결국 나자신의 문제다. 뭔가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는 정서불안과 나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무분별함이 밀롱가에서 나를 망가뜨려 버렸다.

  요즘 정말 난 너무 힘들다. 고백컨대 땅고 중독자다.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잤다. 체력은 바닥이었다. 몇분만 말을 해도, 계단 한 층을 내려가는데도 너무 힘들어서 숨이 가쁘다. 춤을 추지 않았을 때는 마지막 숨이 붙어있는 시체같다. 하지만 이러한 힘든 과정과 실수와 잘못들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물론 밀롱가에 가는 순간 다시 환자로 변한다. 노력해봤는데 눈을 뜨고 있어도 음악에 취해서 눈이 풀린다. 춤을 추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밀롱가가 끝났을 때의 체력상태는 완전한 마이너스다. 숨쉬기도 힘들다. 하지만 음악에 취해있기 때문에 나의 체력상태를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지금의 내가 많이 창피하지만 앞으로의 나를 믿는다. 아직 그런 것 뿐이다. 이제 막 어른이 되기 시작했고 이것은 과정에 불과하다. 난 내 마음 속에 조그맣고 따뜻한 불씨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아직은 불씨에 불과하지만 내가 성장함과 동시에, 그 불씨가 주변도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마음가짐의 문제다.
  유연하면서도 자기 중심을 잃지 말 것. 그러나 틀에 갖히지 말 것.
  나의 불씨가 꺼지지 않게 지키며 이 불씨를 전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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